[CBC뉴스CBC NEWS]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원전을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이르기까지 고려될 사안이 많다. 세계 최대 기록 문화유산인 승정원 일기 이틀 치 번역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번역이란 방대하고 심오한 작업이다. 그 중 어휘의 선택에 유독 신중함을 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휘는 매우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 개념들을 어휘화한 집합, 클러스터(cluster)안에 구조화되어 있다. Trier는 언어 의미장 이론(the semantic fields theory)를 제시했다. 동일한 의미장에 속하는 개념들간의 의미관계는 매우 깊은 반면 다른 의미장에 속하는 개념들은 대체로 연관성이 적다.
어휘의 의미는 동일한 의미장에 속한 다른 어휘들의 의미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규정된다. 이런 의미적 연관성을 가진 어휘들의 클러스터를 ‘의미장’이라 칭하고 이런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을 ‘의미장 이론’이라고 한다.
번역에 관해 서로 다른 언어간에도 강한 대응관계가 존재하지만, 그에 속하는 개별어휘간에는 강한 대응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색깔’의 경우 예를 들면, 인식에 있어서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색깔’이라는 의미장은 모든 언어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색깔’이라는 의미장의 내부 구조는 언어별로 다르다. 이로 인해 구체적인 색깔의 명칭을 번역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색깔’이라는 의미장의 내부구조적 차이를 우리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파란색’이라는 색깔 명칭어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말의 ‘파란색’이 가리키는 범위가 영어의 ‘blue’가 지칭하는 영역과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파란색’은 초록+파랑의 범위를 모두 포괄하는 ‘grue’에 해당하는 반면, 영어에서는 ‘green’과 ‘blue’를 지칭하는 어휘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이렇게 의미장 자체의 존재는 언어간 대응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의미장의 내부구조에 있어서는 대응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의미장이 한 언어 내에서 어떠한 내부구조를 갖는가는 그 의미장의 대상이 되는 경험이나 개념 현상을 보는 그 의미장의 대상이 되는 경험이나 개념 현상을 보는 그 언어문화집단의 인식과 범주화에 따라 달라진다.
[콩코디아 통번역 연구학회 (http://korea.onstarplus.com/) 연구원 Jessica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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